당신의 마음은 괜찮으십니까? 박철형 (한국상담학회 총무이사 & 강서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우리는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몸도 마음도 관계도 모두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중에서도 신체적인 건강을 위한 현대인들의 관심과 노력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반면 마음건강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소홀하게 여겨져 왔다.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마음건강과 심리상담에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인의 마음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우리 마음을 돌보는 일이 특정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마음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잘 돌보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더욱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안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으로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마음건강을 걱정한다. 한편, 정부는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정신건강검진 제도를 확대하여 시행하고,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전문적인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편의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상담 전문가들의 역할과 책무가 더욱 중요한 시대이다. 이와 함께 온 국민이 자신의 마음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잘 돌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상담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마음건강이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괜찮은 ‘마음습관’을 가져야 한다. 마음습관이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마음 체계를 필자가 이름 붙여본 것이다. 우리 마음의 주요 기능인 생각과 감정은 마치 습관처럼 어떤 신호에 거의 자동적으로 떠오르거나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자동적 반응 양식의 대부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인 경험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음을 포함한 인간의 유기체적 기능들은 근본적으로 모두 한가지 목적을 향하고 있다. 그 목적은 바로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웰빙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다양한 환경과 경험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개인은 주관적인 방식으로 생존과 웰빙 상태를 추구하는 자동화된 마음의 시스템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나의 마음습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하여 평가하곤 한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그 습관을 좋고 나쁜 것으로 평가하는가? 다리를 습관적으로 떠는 행위와 같이 그저 보기에 썩 좋지 않은 반복 행동을 나쁜 습관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습관에 따른 결과가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좋고 나쁨을 평가한다. 잠자리에서 유튜브 시청을 늦게까지 하는 습관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직장에 지각하는 경우, 심야 시간에 야식을 즐기는 습관으로 살이 찌고 건강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것은 나쁜 습관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독 문제는 나쁜 습관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무엇인가에 ‘중독’되었다는 말은, 그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중독 현상에 의한 결과가 매우 부정적이고 파괴적일 때를 일컫는다. 알코올, 약물, 도박 중독과 같이 병리적인 중독의 결과는 신체적, 법적, 재정적으로 치명적인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점에서 중독은 분명 나쁜 습관으로 평가할 만하다. 마음습관의 관점에서 보면 어떠한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자신과 공동체의 생존과 웰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우울과 불안, 갈등과 혐오처럼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마음습관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뇌에는 몸과 마음을 늘 괜찮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생존 시스템과 함께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강력한 보상 시스템 또한 함께 존재한다. 우리의 뇌는 생존과 웰빙 상태의 위협이 발생할 경우, 이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크고 작은 고통을 동반한 시그널을 보내는 생존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동시에 쾌감과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강화시키는 보상 시스템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나쁜 습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독적 행동은 생존 시스템의 고통을 발생시키는 경보 기능과 보상 시스템의 반복 행동을 유지시키는 강화 기능이 동시에 작동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떤 반복 행동에 의해 웰빙 상태를 위협하는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면 생존 시스템은 고통을 느끼도록 신호를 보내고 우리는 마치 뜨거운 후라이팬에서 즉시 손을 떼듯이 그 고통을 유발시킨 반복 행동의 중단을 결심하지만, 일정 시간 이후 또다시 특정 자극으로 이전의 보상을 떠올리는 경험적 신호가 제시되면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중단을 결심했던 그 반복 행동을 다시 하게 만들고 또다시 부정적 결과에 후회하고 고통을 느끼는 순환을 경험하게 된다.그렇다면, 좋은 습관은 무엇인가? 앞서 설명한 습관 모형의 원리와 같이 특정 자극에 의해 자동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 있고 보상 시스템에 의해 강화된 행동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다만, 좋은 습관은 그 습관으로 인한 결과가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존 시스템에서 증상과 징후 등 고통을 수반한 경보를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습관에 따른 결과가 자신과 공동체에 매우 긍정적이거나 바람직한 경우에는 더 큰 만족감과 쾌감을 경험하게 되어 보상 시스템에서 이 습관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 결과 좋은 습관은 자신의 몸과 마음과 대인관계를 충분히 괜찮은 상태로 유지시킨다.당신에게 반복적이고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당신 자신과 당신에게 소중한 관계와 공동체의 웰빙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만약 당신의 마음습관의 결과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 목적에 가깝다면, 당신은 이미 꽤 괜찮은 마음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혹시 그렇지 않다면, 마음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고 더 늦지 않게 마음건강을 점검하여야 할 때이다.
2025-05-16심리상담 법제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1) 이형국 (기획부회장 & 국가자격법제화추진위원회/상명대학교) 1) 본 칼럼은 상담학연구 25(4)의 “전문상담사 인적자원 현황 및 관련 요인 추이 비교 연구(이은석, 이형국, 2024)”를 발취하여 작성한 내용임. 대통령 탄핵과 경제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등 최근의 급격한 사회변화와 함께 ‘코로나 후유증’과 함께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다양한 마음건강 이슈가 발생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와 동시에 이로 인해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 전환과 심리상담 서비스의 대중적 요구로 이어졌고, 그 결과 이제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일은 일상으로 자리 잡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가속화된 심리상담 서비스의 대중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2024년 7월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시작되는 등 심리상담 서비스는 이제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상담의 영역과 범위가 점차 확장되면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공공 및 민간상담 기관과 상담자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학회를 선두로 상담계는 최상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여 심리상담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간 상담자의 상담역량 전문성을 강화하여 전문직으로서의 위상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이와 동시에 지속적인 인재 영입과 우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직업인으로서의 위상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심리상담 법제화”는 필연적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졸속으로 양성되는 무자격에 가까운 엉터리 상담 관련 자격증들의 난립으로 누가 전문가인지 구별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상담자의 전문성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수적이며, 동시에 직역조차 모호해 불안정적이고 아쉬운 처우 속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전문상담사들이 안정되고 제대로 된 처우를 받는 직업인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도 법제화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심리상담 법제화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이며, 미래 상담 인재들을 위한 필연적 과제입니다. 심리상담 법제화의 핵심은 상담사의 자격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이라는 전문직화(professionalization)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의 전문성 제고와 국민의 마음건강 증진임은 틀림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상담에서 내담자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며 강력한 주체이자, 상담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상담자의 삶의 질 문제와 관련한 직업인으로의 상담자의 당연한 권리 보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 학회는 전문상담사들의 전문성과 직업인으로서의 현실을 명확히 파악해 심리상담 법제화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지난 20년간 검정․배출하고 있는 전문상담사들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2년 간격으로 인적자원 현황조사를 통해 그 현황과 추이를 분석해 오고 있으며, 최근 지난 10년 간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먼저 전문상담사의 전문성 측면에서, 먼저 상담교육과 관련해서는 2023년 기준 응답자의 98.6%가 석사 재학 이상, 48.8%가 박사 재학 이상의 정규교육과정 학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수련과 관련해서도 자격취득 소요기간이 전문상담사 1급은 65.8개월, 2급은 25.4개월로 나타났고 평균 자격취득 소요비용 또한 대학원 등 교육비용을 제외하고도 전문상담사 1급은 평균 1,810만 원, 2급은 2023년에 평균 867만 원이었며, 최근 2급을 중심으로 일부 증가 추세에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그간의 노력으로 상담교육 및 실무수련 면에서 전문상담자의 최소 전문성은 자격취득 과정에서 충분히 확보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반면 전문상담사의 직업인으로서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고,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음이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일자리는 많은데, 괜찮은 일자리는 참 드물다”였습니다. 실제로 응답자 중 가운데 86.7%가 현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당 시기의 KOSIS 통계 결과에서 공시된 국가 고용률인 63.3%인 것에 비하면 23.4%가 높은 결과를 보였고, 특히 2급 수준의 상담사 일자리가 다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속기관 유형에서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60∼70%대 비율이었던 1~2주기 때와 달리, 3주기부터 민간기관 종사자가 증가하여 비슷한 비율을 보이는 변화가 있었으며, 이는 기존 공공 주도의 상담산업에서 상담의 대중화로 민간 주도의 상담시장이 확대되고 있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현직종사 전문상담사들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정규직은 증가하는 추세나 여전히 29.3%(전문상담사 1급 44.3%, 2급 20.9%)에 불과하였고, 무기계약직 18.8%를 포함하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한 고용형태에 노출된 전문상담사는 48.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연평균 소득 또한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2,964만 원으로, KOSIS 통계 결과에서 공시된 국가 전체근로자 월 임금 총액 326만 원을 연봉으로 환산한 3,920만 원보다 전체 연평균 소득은 1,000만 원 가까이 낮은 수준이었으며, 1급의 연평균 소득 평균(3,451만 원) 또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2급의 연평균 소득 평균(2,491만 원)은 조사 시점 기준 최저임금 기준 최저연봉(2,412만 원) 수준으로 나타나 여전히 열악한 처우에 처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국가자격화를 기반으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법률 제11442호)” 등에 의해 법적 보호를 받는 유사직역인 사회복지사와의 정규직 비율(84.0%), 연평균 소득(석사졸업 이상이 16.7%, 3,473만 원) 등을 비교해보면, 심리상담 법제화가 상담자들의 전문성 확보를 통한 국민 신뢰 확보라는 측면과 아울러, 실제적인 직업인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해서도 그 절실함이 확인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이상의 결과들을 통해 볼 때, 이제 상담직이 단순한 봉사가 아닌 “마음건강 조력 전문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적정 수준의 사회․경제적 처우를 받는 직업인으로서의 효용적 가치도 확보해야만 전문직으로서의 위상과 함께 효과적인 상담 성과를 통한 국민 마음건강 회복과 지속적인 인재 영입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심리상담 법제화는 결국 다른 누가 아닌, 국민 마음건강을 지키는 우리 상담인들을 위한 우리의 몸부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참 어렵고 험난해도 결코 포기해서도, 포기할 수도 없는 우리의 일인 것입니다. 가끔 법제화 관련 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마음은 그러하시지 않겠지만, 우리 전문상담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느껴지지 않을 때는 이 일이 마치 학회 운영위원회, 국가자격법제화추진위원회의 사업처럼 느껴질 때입니다. 그러나 이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 소수 누구에 의해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음을 그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우리의 바램이 “심리상담 법제화”로 꼭 실현될 수 있도록, 현재의 나 자신과 우리 상담계의 미래를 위한 일임을 다시금 되시기며 앞으로도 ‘심리상담 법제화’에 늘 관심가져 주시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2025-04-03병들었으나 아프지 않은 사회, 상담으로의 초대 김장회 (한국상담학회 회장/경상국립대 교수) 우리나라는 최단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세계 유일의 국가로 평가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6194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6위를 기록했습니다. 경제 규모로는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입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서 마음 건강은 사치품과 같은 것으로 간주되며 그 중요성이 폄하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 건강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는 우울, 불안, 중독 등에 관한 각종 조사에서 우려할 만한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고,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최근 미국 CNN 방송에서는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로 집중 조명하며 과로사 현상이 매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Mark Manson)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면서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지칭했습니다. 한국인들은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집착하면서 자기표현과 개인에 대한 존중에는 무심하고 수치심과 남을 판단하는 부분을 극대화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자살, 과로, 우울의 나라로 거론되고 있지만 마음 건강에 관한 관심은 인색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시인 이성복의 표현처럼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사회일지 모릅니다. 아프기는커녕 각자도생의 자세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합니다. (...)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죽었고 그날 시내(市內)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그날〉, 이성복1980년대의 궁핍하고 병든 사회를 그려냈다는 시인의 문장이 20년이 훌쩍 지난 현시점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읽히는 것은 필자만의 경험이기를 바랍니다. 마음의 아픔, 심리적 고통의 감각을 잃어버린 이들의 신음 소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마음 건강과 상담의 역할을 고민하던 중에 영화 조커(2019)를 떠올렸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서 조커는 어린 시절의 뇌 손상으로 시에서 제공하는 주기적인 심리상담을 받습니다. 심리상담을 받던 조커는 상담사에게 “내 말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다”며 분노합니다. 그런데 그 상담사는 “이것조차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예산이 깎여 저소득층에 대한 심리상담이 폐지되었고 “시에서는 당신 같은 사람은 물론 나 같은 사람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영화 속 각본으로 치부하기엔 주인공의 대사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조커는 온전한 경청을 원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신뢰의 대상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치유의 경험입니다. 조금 더 깊은 곳에서는 존재의 수용, 인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조커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합니다. 그의 전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관심과 온전한 공감적 자세로 질문해야 합니다. 조커는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바로 그런 사람으로 존재할 전문 상담사를 떠올립니다. 그(녀)는 조커의 근원적인 슬픔과 분노를 다루고 건설적인 참조틀(frame of reference)을 형성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커는 분노했지만, 상담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어지는 대사는 심리상담에 대한 행정 당국의 무관심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에서는 당신 같은 사람은 물론 나 같은 사람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말이 오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 건강의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몸 건강을 위해 생애주기별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마음 건강을 위해서도 주기적인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올해로 시행 2년째를 맞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사업이 그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성복 시인의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사회에서는 억압과 거부의 방어기제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마음에 관심 두기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구약 성서 잠언에서는 ‘마음은 생명의 근원이니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라’고 합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생명의 근원이 무너지는 것이기에 이는 곧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마음을 돌보고 지키는 것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아프기는커녕, 더욱 열심히 뛰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 바랍니다. 작지만 낮은 목소리로 오래되었지만 듣지 못했던 마음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입니다. 아파도 참으면 그만이고, 내색하지 않으면 괜찮아 보였기에 무심했던 마음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탄식, 환장하겠다는 분노, 죽고 싶다거나 미치겠다는 절규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형 참사로 인한 국민적 트라우마, 극단적 분열과 갈등을 자양분 삼아 난무하는 분노와 공격의 언어들... 마음 건강을 돌아볼 때입니다. 그런 마음을 돌보고 회복으로 안내하는 상담의 여정에 초대합니다.
2025-02-13온 국민 마음건강을 위한 전문 상담사의 역할 양종국 (한국상담학회 부회장, 한경국립대학교교수) 우리 사회는 급격한 물질문명의 발달과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환경 등을 경험하면서 전 국민들의 마음 건강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안정감있는 사회환경이 제공되는 가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경험하고 가족간의 폭력, 이혼, 가족해체 현상이 일어나고, 아동기 및 청소년기에는 관계성, 폭력성, 중독성, 우울성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 심리상담의 욕구가 점점이 강하게 대두고 있고, 청년층은 대학 졸업후 취업의 문제, 사회적 적응의 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결혼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으나 누구와 마음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전문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년층은 퇴직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중년층의 평균 퇴직 연령은 50.5살이며, 근로지속 희망연령은 69.2살로 근로를 통해서 자기실현의 욕망은 있으나 취약한 사회 안전망 탓에 실업, 노후, 질병 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강하게 대두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율은 2023년 현재 17.5%이고, 2025년은 20.6%, 2035년은 30.1%, 2050년은 40%로 인한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 건강, 우울, 자살 등으로 인한 심리상담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의 문제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으나 임산부들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 즉 산욕기 동안 우울한 기분, 심한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 없음 또는 죄책감을 경험한다. 심한 경우에는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있으나 마음놓고 전문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적응의 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세대간의 갈등, 스트레스 관리, 자녀양육 등의 문제로 상담의 요구가 있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부 심리상담이 진행되고 있으나 중소기업체에서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음, 코로나 19, 세월호사건,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등으로 인한 PTSD, 신림동 공원사건, 신림역 칼부름사건, 서현역 칼 부름 사건 등으로 인한 무차별적 사건으로 국민들을 심리적인 불안감 증가로 인한 상담이 필요하고, 코로나 19 이후 가족간의 갈등, 친구 및 인간관계 단절, 가정폭력 문제, 데이트 폭력, 교권침해 등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심리적인 공포감 증가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현재 10만점에 5.95로 137개국 중에서 57위이며,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 OEDC에 가입한 38개국 중에서 35위로 최하위권이며, 자살률도 2021년에는 10만명당 자살지수가 26.0%으로 나타나 전년도보다 0.3%가 증가되고 있어 국민 행복을 위한 심리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온 국민들의 심리상담 수요증대에 따라 심리상담센터사 기하급수적 증가하면서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하루에 단순한 교육이나 인터넷 강의 몇시간의 수강으로도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무분별한 심리상담과 관련한 민간자격증이 4,000개가 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마음건강 심리상담사의 자격증이 범람으로 인해서 심리상담의 효과성 및 상담의 질 저하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심리상담사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어 그 피해는 국민들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마음건강을 위해서 전문상담사법 제정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국민 마음건강을 위해서 정신질환자와 고위험에 초점을 두고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한 시점부터 개입하는 정신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마음 건강서비스를 통해서 행복한 삶을 위해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과 성장에 초점을 두는 마음건강 지원서비스가 제공되는 심리상담의 패러다임이 아래와 같이 변화되었다. 국민을 위한 마음건강 서비스는 전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 인권증진에 초점을 두고 치료가 아닌 문제해결, 성장과 발달, 행복 증진이 주가 되는 비의료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의료적인 접근을 통해 국민마음 건강을 책임질 전문상담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고민과 적응문제, 외부자극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및 갈등문제,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해지는 방법, 가벼운 우울이나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 현재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 등을 해결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들 중에서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미리 예방하고 조기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영역에 연계를 통해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도록 안내하고 치료후 일상복귀하는데 필요한 심리적인 지원 및 마음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다음과 같이 수행하도록 한다. 비의료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통해서 전 국민들이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심리상담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으나 보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화 과정을 통해서 아하! 내가 지금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통찰과정을 통해서 자기 스스로 변화와 성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전문 심리상담사의 이러한 역할은 헌법 전문에 있는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전문 상담사이다. 헌법적 가치를 수행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전문 상담사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꼭 마련되어야 한다.
2023-10-20[한국상담학회 전문가칼럼 원고]1) 이 원고는 ‘온 국민마음건강을 위한 전문사담사단체 협의회’에서 주관하여 국회에서 개최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온 국민마음건강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김창대 (온 국민 마음 건강을 위한 전문상담사 단체협의회 회장, 서울대 교수)현재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위험을 당면하고 있다. 소위 ‘묻지 마 칼부림’, 데이트 폭력, 청년 실업, 학생-교사 폭력, 가상공간에서의 증오 등으로 대표되는 위험들을 겪을 때 당면하는 고통과 상처가 존재한다. 이러한 고통과 상처를 해결하고자 할 때, 가해자, 피해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경제적 및 사회적 지원만으로 고통과 상처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개인의 관계, 감정, 영성, 마음 건강 영역에서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을 촉진하며, 그들의 주체적 해결력을 임파워링(Empowering)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전문상담사들이 해야할 일이다.물론 의료와 사회복지가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과 구별되게 전문상담사가 해야 하는 일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영역의 구분은 협력에 선행한다. 즉 협력을 하려면 영역이 구분되어야 한다. 의료, 사회복지, 전문 상담 조력서비스 간에 협력이 있으려면 상호 간의 구분이 선행되어야 하며, 영역을 명확히 구별하여,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들간의 협력 체계를 하나의 구조로 만드는 것을 제도화라고 한다. 보건 의료분야에서 진단 및 약물·집중 치료를 통해 정신병리를, 사회복지 분야에서 직접 지원 및 정책 지원을 통해 경제-사회-제도적 결핍을, 전문 상담 분야에서 장·단기 상담을 통해 비 의료적 마음 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을 정립한다면 이들 간의 협력 및 통합이 가능해질 것이다.그런데, 오늘날 한국에서 ‘전문 상담’은 모호한 위치에 있다.① 각종 법과 규정에서 ‘상담의 기능’은 언급하나 그것을 담당할 주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즉, 법과 규정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법이 없다.② 많은 학부와 대학원의 상담 전공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이 양성되고 있지만, ‘자격’으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③ 몇몇 학회 및 단체에서도 상담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를 자각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개별적인 과정으로 전문상담사를 양성 중이지만, 그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현재 상담관련 민간자격증이 3,500여개가 된다는 점만 보아도 얼마나 표준화되어 있으며, 양질의 과정과 부실한 과정이 혼재되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④ 게다가 전문상담사들은 공적인 양성교육 체계가 아닌 체계 밖에서 개인 비용으로 자격증을 취득한다.⑤ 앞서 말한 부실한 민간 자격증이 난립하고 있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⑥ 상담학계에서 힘을 모아서 자격기준을 법적으로 표준화하고 그 기준에 따라 양질의 전문상담사를 국가가 양성하게끔 힘을 모아야 하지만, 오히려 방향성에 있어 갈등과 충돌이 많다.의료나 사회복지로는 충분치 않은 영역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현재 양성되고 있는 전문상담사들이 개인적인 비용으로 자격을 취득해온 관행을 바꾸어 양성과정을 공적이 교육체계 내에서 국가가 양성하고 관리하며 질적으로 표준화하게끔 하기 위해 전문상담사 자격의 법제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법제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쟁점들이 있으며, 2022년 발의된 법안과 그 법안들이 조율되어 통합되어 최근 발의된 법안 지난 2023년 1월 19일 「국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서비스 지원법안」(대표발의: 김민철의원)이 새롭게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2022년 발의되었던 「심리상담사법안」(대표발의: 최종윤의원),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대표발의: 전봉민의원), 「상담사법안」(심상정의원), 「심리사법안」(서정숙의원) 등 4개 법안 중에서 큰 틀에서 성격이 유사한 앞의 세 법안을 조율, 통합하여 상담학계 여러 단체, 기관, 그리고 종교계의 지지를 얻은 법안이다.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 방향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2) 지난 2023년 1월 19일 「국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서비스 지원법안」(대표발의: 김민철의원)이 새롭게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2022년 발의되었던 「심리상담사법안」(대표발의: 최종윤의원),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대표발의: 전봉민의원), 「상담사법안」(심상정의원), 「심리사법안」(서정숙의원) 등 4개 법안 중에서 큰 틀에서 성격이 유사한 앞의 세 법안을 조율, 통합하여 상담학계 여러 단체, 기관, 그리고 종교계의 지지를 얻은 법안이다. 쟁점 1: 전문상담사 양성 프로그램은 정체성과 특성을 가져야 하는가? 한 전문직의 전문적 소양과 정체성은 양성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자격을 가진 전문상담사를 배출하는 양성과정은 ‘상담’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학과가 아닌) 프로그램’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이 원칙에 어긋나는 양성과정은 몇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첫째, 학과 중심이다. 예컨대, 어떤 학과(예: 심리학과)는 전통적으로 상담이 그 학과(심리학)의 하위 학문이었기 때문에 전문상담사가 되려면 그 학과 출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이 주장은 국내에서 현재 국내의 대학 및 대학원에서 상담을 가르치는 교수와 배타성에 문제를 제기한 종교계 인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최근에는 다소 후퇴한 것 같다. 전문상담사 양성과정은 전문상담사의 다양한 영역과 상담이라는 학문의 융합적 특성, 그리고 과학, 인문학, 종교 등 어느 한 측면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 학과 중심이 아니라, (학과와 상관없이) 상담사의 전문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교과목과 실습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현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전통적 학문 영역 중심이다. 이런 입장은 상담이 심리학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상담사 양성 프로그램은 심리학 관련 과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입장은 학과 중심의 변형된 형태이지만,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① 전문 상담이 현대사회에서 발전한 고유한 응용학문임을 간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현대사회에서 발전한 응용학문 중 하나인 ‘경영학’이나 ‘공학’이 ‘경제학’과 ‘물리학’ 같은 기초학문에서 발전했다고 해서, ‘경영학자(경영전문가)’, ‘공학자’가 되려면 ‘경제학 관련 과목’으로 구성된 양성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백번 양보하여 상담 관련 과목을 주축으로 하되, 심리학에서 상담에 도움이 되는 기초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또는 대학원)의 이수학점이 제한되어 있음을 고려해야 하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때는 ‘심리학 관련’이라는 기준이 아닌 ‘상담학 관련’이라는 기준을 근거로 해야 한다. 아래는 ‘상담학 관련 과목’으로 구성된 전문상담사 양성과정의 예들이다. 이 교육 과정과 심리학과에서 개설하는 ‘심리학 관련 과목’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A대학 상담학과(대부분 상담학 관련 교과목과 실습으로 구성)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인간행동의 이해 상담이론과 실제 상담연구방법론 심리검사 국내인턴십1 국내인턴십1 사회행동이론 인간특성발달 진로상담 아동청소년상담 국내인턴십2 국내인턴십2 상담학개론 공감과 존중 산업체현장실습1 산업체현장실습1 국외인턴십1 국외인턴십1 학업과 재능발달 사회문제와 상담 산업체현장실습2 산업체현장실습2 국외인턴십2 국위인턴십2 인간관계와 상담 학습과 동기 가족상담 특수아상담 상담행정 및경영 상담프로그램개발과 창업 성격의 이해 상담언어의 기초 상담면접 상담실습 및 사례연구1 상담실습 및 사례연구2 아동청소년상담실습 상담윤리 문화와 상담 이상행동의 이해 캡스톤디자인 집단상담 취창업‧진로세미나 취창업‧진로세미나 가족발달이론 상담통계 B대학 상담 전공(대부분 상담관련 교과목과 실습으로 구성) 상담학 관련 과목: B 대학 대학원 상담학 전공석사: 48학점/박사 48학점: 총 96학점 상담이론과 실제 진로 및 직업상담 학습과 인지 상담현장실습 2 고급상담이론과 기법 집단상담 실습 인간‧변화‧상담 상담학의 최근 동향과 쟁점 집단상담 현대상담이론 상담교육 및 수퍼비전 집단상담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육심리검사와 진단 학습장애아 교육론 상담교육 및 수퍼비전 실습 교육심리‧상담‧특수교육 연구설계 상담현장실습 1 정서 및 행동문제와 상담 직업심리학과 상담 응용행동분석 및 단일사례연구 상담연구방법론 영재교육의 이해 상담‧윤리‧법‧제도 B대학 심리학 전공(심리학 과목 중 상담 관련 교과목은 *로 표기) 심리학 관련 과목: A대학 대학원 심리학 전공석사: 24학점(임상 경우 30학점)/박사: 36학점: 총 60학점(또는 66학점) 고급심리통계 정신병리 세미나 성격연구세미나 고급학습 및 기억의 심리학 고급사회심리학 심리치료와 고급상담이론* 고급응용발달심리학 사회심리학의 주요 문제 고급성격심리학 고급생물심리학 인지치료 대학원 논문 연구 정신병리학 고급조직심리학 임상 및 상담현장실습 고급주의와 수행 세미나 고급지각심리학 다변량분석법 집단상담 및 치료* 정서과학 지각심리 방법론 긍정사회심리학 치료적 면접 및 실습* 조직심리학의 최근 연구 주제들 고급언어심리학 고급임상신경심리학* 생물심리학세미나 긍정조직심리학 고급발달심리학 정신병리학: 신경과학적 접근 고급조직개발론 심리학 특강 심리평가* 인지노화와 치매 발달심리학 세미나 긍정 임상심리학 세미나* 쟁점 2: 양성된 전문상담사의 소양을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가?현재 발의된 법안의 방향은 앞에서 말한 교과목 이수와 실무수련, 그리고 국가시험이다. 일단 교과목 이수는 전문상담 관련 이론과 윤리, 실습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및 대학원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상담교육평가원」을 설립하고, 평가원은 교육기관 및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문상담사 양성과정의 수준을 유지 및 상향 표준화하며, 결과적으로 전문상담사의 전문성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제도화하고자 하는 법안에서 실무수련은 현장의 전문상담 수퍼비전과 행정실무 수퍼비전이 포함된 수련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내담자 사례를 두고 하는 구체적 상담 방법을 가르치는 수퍼비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전문적 상담이 정착하게 되면 수퍼비전의 의미는 상급자가 임상적,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하급자를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기관 외부에 있는 수퍼바이저에게 유료로 수퍼비전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관 내의 상급자(예컨대, 1급 전문상담사)가 기관 내에서 하급자의 상담과 행정실무를 잘 돕는 형태의 수퍼비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법안의 방향이다. 제도화하려는 법안에서 전문가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로 국가시험이 있다. 법안의 방향은 국가시험을 1급과 2급으로 구분하여 시행하며, 「한국전문상담사국가자격시험원」의 시험 시행 및 감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쟁점3: 다양한 상담영역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가?상담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1급과 2급을 구분하여 2급은 일반, 1급은 전문영역을 가질 수 있는 형태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2급은 학부 또는 대학원 학위를, 1급은 대학원 학위를 필수로 요구한다. 다만 1급의 전문영역이 이론이나 방법이 아니라 대상과 문제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많을 수 있으나, 이론이나 방법 영역까지 구별 하에 발급하면 자격증의 종류가 너무 많아지며 관리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론이나 방법 영역은 자격증(License)을 따로 발급하기보다 학회나 연구소 등에서 이수 증명서(Certificate)를 제공하여 이론이나 방법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쟁점4: 현재 ‘전문 상담’을 하고 있는 현업 종사자, 기존 상담인력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가?전문상담사 법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전문가, 의원, 보건복지부 담당자를 만나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현재 상담에 종사하고 있는 ‘현업 종사자’를 포괄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제도화하고자 하는 법안은 법안 시행 시점에서 합격 또는 탈락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3년에서 5년의 경과 규정을 두어 현업을 지속하게 하되, 그 기간 동안 부족한 요건을 충족하게 하여 상향 표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개인이 부담하기보다 국가가 일부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했을 때, 하나의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현업 종사자에게 불합리하게 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쟁점5: 전문상담은 의료 영역인가? 비의료 영역인가?현재 제안하고 있는 법안에 의하면 상담은 비의료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의하면 상담은 보건의료 분야가 아닌 종교/사회복지 영역에 속하여 있다. 따라서 전문상담은 비 의료 영역의 특성을 가지는 것이 기존 제도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비 의료 영역에서 문제의 예방을 비롯하여 관계, 가족, 정서, 진로 결정 등의 발달적 문제를 주로 다루고, 심각하여 약물적 개입이 필요할 경우 의사에게 의뢰하고, 약물치료가 종료되는 시점에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내담자의 복귀와 재활을 돕는 일을 함으로써 의료계와 상호 협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지금까지 한국 상담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전문상담서비스의 법제화가 갖추어야 할 조건, 그리고 그러한 조건이 반영된 법안의 방향을 소개했다. 바라기는 전문상담의 발전과 통합적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법안이 심의, 통과되고 보건복지부 내 적절한 체계 내에서 관리됨으로서 온 국민의 마음 건강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과, 이를 위해 우리 전문상담사들이 함께 같은 마음과 방향으로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2023-10-12미국상담학회(ACA)는 한국의 상담사들을 위해 자격증을 법제화하려는 한국상담학회의 계획을 지지합니다. ACA는 상담사를 위한 자격증을 지원해 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각 주에서 자격증을 규제하고 있으며 ACA와 협력자들은 모든 주에서 상담사를 위한 자격증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ACA는 현재 주(State)간 자격증 유효화를 주도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상담사가 주(State) 경계를 넘어 상담을 하고 원격 치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절차입니다. 우리는 상담사 자격증이 직업적인 전문성과 내담자에 대한 기대를 확립함으로써 대중을 보호한다고 믿습니다. 상담사 자격증은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상담사들이 독립적으로 상담을 실시하기 전에 상담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교육, 훈련 및 수련 기준이 있다는 것을 대중이 알게 됨으로써 이 직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집니다. 자격관리 위원회는 자격증을 발급하고, 불만 사항을 처리하며, 해당 직업을 감독하는 데 필요한 규정을 발급하고 시행합니다. 자격 인증은 기준 준수와 책임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를 제공합니다. 자격증은 상담 전문가가 인정하는 전문적인 지식, 기술, 교육 및 감독 경험에 대한 상담사의 기본 인식을 나타내며, 상담 전문가가 인정하는 관리 기준을 반영합니다.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개발하고, 상담 및 훈련을 지속하는 것은 윤리적인 의무입니다. 윤리적 기준을 통해 좋은 상담 실무들이 강화됩니다. 자격증이 있어야, 내담자들은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으며, 모든 법적, 윤리적 의무에 따라 수련해야 하며, 관련 교육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지는 메커니즘이 구축됩니다. 더불어 자격증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상담사로서 개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데, (자격이 없는 사람이 상담을 한다면) 이는 잠재적으로 내담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특히 미성년자와 작업할 때 매우 우려되는 사항입니다.ACA는 한국상담학회가 법제화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문에 기꺼이 답변할 것입니다.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우리는 한국의 발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Shawn E. Boynes ACA CEO
2023-05-16[국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사 양성 및 제도 구축 방안] - 상담관련 법안 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손은령(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상담학회 회장) ‘법은 무고한(죄없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말은 몇해 전 상영된 영화 ‘배심원들’에 나오는 대사이다. 상담관련 법안을 만들기 위해 온 마음을 모아가는 이 시점에서 그 뜻을 상담적으로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상담관련 법안은 단순히 상담자들의 이익이나, 권한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안은 현재 난립하고 있는 민간자격으로 인해 내담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국민의 마음 건강 증진과 민간자격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예방책을 마련하며, 또다른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상담자들은 법의 울타리가 아닌 윤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상담자들은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를 읽어주는(Good Will Hunting) 사람들로써, 법없이도 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본인들이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자 노력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선한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내담자들을 도와주려 애써왔으며, 그러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이나, 역할 경계의 모호함 등등은 개인 차원에서 해결해왔고, 좀더 힘든 상황이 되면 학회의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사안들을 풀어갔다. 윤리강령의 기저에 놓인 내담자 복지의 원칙에 근거하여 문제들의 꼬인 매듭을 풀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윤리가 아닌 법의 영역에서 이를 풀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회에 제소된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 윤리적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다시금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모두 학회가 승소를 하였지만, 관련 법안이 분명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담자 복지라는 원칙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상담자들의 권익도 훼손될 수 있다. 상담자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훈련을 통해 보다 질높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내담자의 복지를 증진하여 애쓰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민간자격증의 난립과, 현란한 홍보 등으로 인해서 내담자들은 누가 제대로 된 자격증자인지, 누가 자신에게 적절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워한다. 이 때문에 상담관련 법안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인력에 의한 전문화된 서비스의 내용을 제도화함으로써, 내담자의 복지를 증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도화하기 위해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국민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심리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과반에 육박하였고, 우울, 불안 등 감정적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심리상담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자는 25%가 되지 않았으며, 민간기관의 이용률이 4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련 기관에 대한 정보는 직접 검색하거나, 지인 추천을 통해 알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높지만, 아직 이용률은 낮으며, 전문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한 것은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율이 상당히 높은 편(52.8%)이고, 89.5%가 심리상담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 서비스의 활성화를 통해 국민 정신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의 비율도 82.2%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이상의 결과들은 상담서비스를 제도화함으로써, 국민 마음건강이 증진된다는 사실을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힘들 때 도움을 받고 싶어하고, 제대로 된 전문적인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국민들의 요구도는 높아져 있으나, 그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판별하지 못하여 또다 른 피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한다. 법은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잠재적인 내담자라고 할 수 있는 전국민 모두 ‘누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누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상담관련 법안이 제정됨으로써 가능하다. 이제는 전문적인 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정을 정비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으며, 이는 상담관련 법안의 제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상담관련 법안은 상담자를 위한 것이기에 앞서, 내담자 즉, 전국민의 복지를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상담자 모두의 소망임과 동시에 전국민 모두의 바람이며, 이를 위해 학회원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
2023-01-09[국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사 양성 및 제도 구축 방안] - 상담인력 양성의 현황과 방향 - 김인규(전주대학교 교수/한국상담진흥협회장) 국내 상담인력 양성은 대학/대학원에서의 상담교육과정을 통한 양성과 각종 상담자격과정을 통한 양성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1) 대학/대학원의 상담교육과정 2020년 8월 현재 대학알리미에 등록된 상담학과(전공)은 대학교 143개, 전문대학 60개, 대학원 336개로 총 539개에 이른다. 이는 학과명에 상담이 들어간 경우이며, 교육학과,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에서 세부전공으로 상담전공이 있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서, 이런 상담관련 학과에서 개설한 세부전공까지 합하면 상당수의 학과에서 상담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학과(전공)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졸업자들의 상담역량이 어느 수준인가를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분/분야 교육상담 상담심리 복지상담 가족상담 초등상담 기타 합계 대학교 각종학교(대학교) 0 1 0 1 0 0 2 대학교 6 42 28 10 0 11 97 사이버대학 1 27 3 4 0 5 40 산업대학 0 2 2 0 0 0 4 소계 7 72 33 15 0 16 143 전문대학 전문대학(2년제) 0 2 17 1 0 0 20 전문대학(3년제) 4 3 20 5 0 2 34 사이버대학(전문대학) 0 3 3 0 0 0 6 소계 4 8 40 6 0 2 60 대학원 일반대학원 4 34 6 6 0 8 58 전문대학원 2 14 4 0 5 4 29 특수대학원 61 124 18 15 14 17 249 소계 67 172 28 21 19 29 336 출처 : 대학알리미 자료 편집(2022. 8) (2) 상담자격과정 상담자격과정은 크게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을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상담분야 국가자격으로는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직업상담사, 성폭력상담원, 가정폭력상담원, 장애인재활상담사 등이 있다. 이 자격들은 학교상담, 청소년상담, 직업상담 등의 분야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가ᅟᅵᆽ고 주어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양성과정, 자격검정 연수 등에서 상담실무역량 훈련과 검정 부족의 문제 제기되어 상담실무역량 함양을 위한 자격제도 개선 연구가 계속되어 왔으나 제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상담분야 민간자격은 3,500여개의 민간자격이 난립하여 있고 이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자격은 엄격한 수련과 검정과정을 거쳐 높은 수준의 상담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나, 많은 민간자격은 낮은 수준의 교육/수련과 허술한 자격관리로 인해 전문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담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정부의 제2차 정신건강종합대책에서도 주요 문제로 제기되었고, 현재 상담법 발의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김인규, 장숙희(2019)는 2018년 9월 30일 기준으로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상담분야 민간자격은 4,054개를 분석하였다. 자격 등록 상담자를 배출한 실적이 있는 자격은 744개로 조사되었다. 이 중 해당 자격을 시행하는 기관 및 개인의 홈페이지 접근이 가능했던 77개의 자격검정과정을 분석한 결과 별도의 검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관의 교육과정 이수만으로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이 14개이었다. 35개의 자격은 교육과정 이수 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형태의 이론시험을 거쳐 발급되고 있었으며 10개의 자격만이 이론시험, 면접, 수련기준, 보수교육 또는 자격유지연수 자격검정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향후 국내 상담인력양성의 방향으로는 첫째, 상담전문가 양성의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상담교육인준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여러 국가자격, 민간자격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의 상담전공 교육과정이 일정한 기준과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학위과정으로서의 상담교육과정의 내용과 체제를 표준화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상담교육인준이 필요하다. 영역 M SD 하위영역(평가부문) M SD 학과운영 6.43 .49 비전목표 6.43 .49 운영체계 6.57 .49 운영 개선 6.29 .45 교육과정 6.86 .35 프로그램 학습목표 6.14 .64 교과목 운영 6.29 .67 실습운영 6.43 .73 학생 6.43 .49 학생 선발 5.00 1.51 학생 지도 5.57 1.59 학생지원 5.57 1.59 학과 적응 및 직업 적응 프로그램 6.00 .76 교수 6.57 .49 교수 확보 6.57 .73 교수 업적 6.14 .83 교수 개발 지원 6.29 .67 교육환경 6.71 .45 행정체계 6.00 .76 재정지원 6.14 .99 교육시설 6.57 .73 행정 및 교육보조인력 6.29 .67 교육성과 6.14 .64 교육성과 평가 5.86 .64 졸업생 진로 5.43 .90 출처 : 김인규, 조남정(2016). 학부 상담교육 인증기준 개발. 상담학연구, 17(6). 87-104. 둘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상담자격을 설계하고 이에 따라 상담교육과 수련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심리상담, 청소년상담복지, 직업상담 영역에서 NCS가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으나, 직업상담사 이외에는 NCS를 기반으로 설계, 운영되는 자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각종 국가자격, 민간자격의 내용, 수준, 검정 등의 관리체계를 NCS를 기반으로 설계, 운영하면 상담자격과 상담사 양성의 체계화, 전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셋째, 상담법제화를 통해 상담인력양성체계의 법적 강제력을 마련해야 한다. 상담법의 주요 내용은 국가가 관리하는 상담인력을 정의하고 상담서비스 전달체계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 국가자격을 제외하고는 민간에게 맡겨두었던 상담서비스 영역을 국가가 공적영역으로 관리함으로써 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의 상담인력 양성 제도가 법적 체제 안에서 강제력을 갖게 되고, 이렇게 양성된 상담인력이 법적으로 규정된 절차에 따라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담서비스 전달체계가 제도화 될 수 있을 것이다.참고문헌(1) 학부과정 연구조남정, 이미현, 김인규 (2015). 학부 상담학과 교육과정 현황 분석연구. 상담학연구. 16(4), 301-319.김인규, 조남정(2016) 학부 상담교육 인증기준 개발. 상담학연구. 17(6), 87-104.(2) 대학원과정 연구이숙영, 김창대(2002). 상담 전공 대학원 교육과정 표준화 연구. 교육학연구. 40(2), 231-250.최아롱(2012). 한국의 상담사 전문교육과정의 적합성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학위 청구논문. (3) 국가자격 연구김인규, 조남정 (2011). DACUM법을 활용한 전문상담교사 양성 및 계속교육과정 개발연구. 한국교원교육연구. 28(4), 41-60.김희정, 유형근, 정여주, 선혜연(2015). 전문상담교사 양성 및 역량개발을 위한 표준교육과정개발연구. 교육부.김동일, 김인규, 서영석 (2017). 청소년상담사 자격제도 개선연구.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4) 민간자격 연구김인규 (2018). 국내 상담자격의 현황과 발전방안.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0(3), 475-493.김인규, 상숙희 (2019). 국내 상담관련 민간자격의 현황과 발전방안. 교육종합연구. 17(2), 43-61.김인규,김승완 (2020). 심리상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한 심리상담자격 표준화 방안. 교육종합연구. 18(3), 43-64.
2023-01-09김 장 회 박사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기획위원장 새로운 개념의 BC(Before Covid-19)와 AD(After Covid-19)가 회자될 만큼 코로나 19의 충격이 심대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악화 일로이던 지난해 12월, 우리 학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역지침을 준수해가며 창립 20주년 행사를 거행하였다. 이십여 성상을 지나며 눈부시게 성장한 학회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20주년 캐치프레이즈로제시한 ‘상담의 길 20년, 국민 행복의 꿈!’에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담의 여정을 떠올렸다. 20년을 넘어 100년이 지나도록 이 꿈이 현실로 이어지길 바라며 재난의 시대, 국민 행복을 위한 상담자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 바야흐로 단절의 시대이다. 인류의 이동이 멈추었다. 낯설고도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스산해진 공간과 암울해진 거리. 존재와 발달의 근본인 교류가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19가 몰고 온 침울한 현상이다. 유례없는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가슴 먹먹한 아픈 사연들이 넘쳐난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자기(self)를 확인하고 타당화 한다. 일상적인 만남을 통한 건강한 관계 형성은 심리적 건강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한순간, 만남이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만남 자체가 내재적 불안을 자극한다. 마스크 없는 외출과 대화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마스크와 마스크의 만남. 코로나가 빚어낸 그로테스크한 풍광이다. 마스크 너머로 서로의 표정과 감정은 자취를 감춘다. 60개의 얼굴 근육 중 약 35개의 근육이 조합해서 만들어 내는 수많은 감정 표현들이 차단되는 것이다. 우리는 시선을 마주하고 언어와 표정으로 대화한다. 언어 내용과 정서표현의 일관성을 학습하며 다양한 정서적 정보를 획득한다. 마스크로 무장한 채 까만 눈동자만 깜빡이는 얼굴에서 이러한 교류와 학습은 기대 난망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자의 말과 표정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오해가 발생한다. 본의가 왜곡된다. 진심을 전달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에 문제가 발생하면 갈등이 촉발된다. 우울이 찾아들고 화가 쌓인다. 일명 코로나 블루(blue)와 코로나 레드(red)는 예정된 수순이다. 국민의 마음이 불안하고 아프다. 상담의 본질은 반응함(reaction)이다.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반응이다. 시의적절하고 의도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통찰에 근거한 전문적이고 치료적인 반응이어야 한다. 경청과 공감으로 시작되는 상담 대화의 촉진적 상호작용은 반응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 토대 위에서 상담의 효과는 빛을 발한다. 아픔은 위로받고, 관계는 복원되며 불안은 해소된다. 희망을 발판으로 성공시나리오를 시각화한다. 상담자는 이러한 변화의 조력자이며 전문가이다. 재난의 시기, 상담자 한분 한분의 치료적 반응, 능동적 반응이 요구된다. 우리 학회는 국가적 재난에 적절히 반응해 왔다. 지금도 여러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학회의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학회 차원의 집단적 반응 형식은 더욱 섬세해질 것이다. 한층 조직화한 선제적 대응 체계도 구축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정부와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상담자 개인과 학회 차원의 집단적 반응이 확산하고 인정되어 상담사의 역할과 위치가 공고해지길 바란다. 그리하여 ‘상담의 길, 국민 행복 천년’이 일상의 현실이 되길 꿈꾼다.
2021-02-28김희수 박사 한세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부회장 시인이자 가수인 하덕규 씨의 노래 중 기억이 남는 곡으로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있다. 자기애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가사여서 소개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물론 우리들 모두가 자기애에 빠져 있는 나르시스는 아니다. 자기에게 반해 물에 빠져죽는 나르시즘이 우리들 모두에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애적 성향이 있다. 혹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내가 너무 대단해서 나를 질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전형적인 자기애에 빠진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릴 때 항상 이야기의 중심에 서려고 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그와 만나고 헤어졌을 때, 공감을 받았거나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교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저 그 사람의 자랑을 듣다가 헤어진 느낌이 든다면, 그 상대방은 자기애에 빠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별’을 방문한 어린 왕자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왕자는 순순한 영혼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아저씨가 원한다면 계속해서 아저씨의 인사법을 감탄해줄 수 있고, 계속해서 열렬한 박수를 기꺼이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그 아저씨에 대해 비난하지는 않았다. 다만 ‘ 참 이상한 아저씨야’라는 말을 남기고, 그 별을 떠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아주 작은 별에 살면서 쓸쓸할 때는 의자를 앞으로 땡겨 해가 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어떤 날은 수십번 의자를 땡겨 노을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잘난척하는 장미를 두고, 친구를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남겨진 장미가 슬프지 않은 척 무심하게 이별을 견뎌낸 것과 친구가 왔는데도 친구를 만나기보다 자기의 모습에 빠져있던 허영심이 많은 사람은 어린 왕자처럼 자신의 외로움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 자기애는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고 교류해주지 않지만, 자기를 자신만이라도 사랑하려고 하는 집착이 낳은 모순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립과 외로움을 인정하고, 관심을 세상에 좀 둘 수 있어야만 건강하고 안정된 자기가 완성될 수 있다. 자기애에 빠지면, 진정 나를 사랑할 사람을 만들기가 어렵다. 자기에게 아부하고 환심을 사려는 사람에게 이용당하기 쉽고, 자신을 평범하게 진정으로 돌봐줄 수 있는 친구를 잃게도 된다. 인간은 실존적으로 외롭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이다. 그러나 주변에 외로운 인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외로움을 해소해볼 수 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으면 그런 위로의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 안타까운 것 같다. 어린 왕자의 반응처럼 당신에게 찾아 온 보물과 같은 사람들이 ‘참 이상한 사람이야.’하고 당신을 떠나버린다면 당신은 더 분주히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애쓰겠지만, 그 노력을 인정해줄 사람이 없어서, 또 더 노력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아들러(A.Adler)는 인간은 열등감에 빠지기 쉬우며, 열등감 때문에 우월성을 추구하려고 하고, 그래서 성실하고 열심히 세상을 살 동기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하여, 열등감의 긍정적 속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 누군가는 병적 우월성을 추구하게 된다. 그것이 자기애의 모습과 닮아 있을 수 있다. 또 아들러는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일, 사랑, 우정을 성공적으로 누린다고 하였다. 열등감을 극복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기고, 타인에 대한 나눔과 배려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살 때 사회적으로 유용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신은 일을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해낼 수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우정을 건강하게 누리고 있는가? 당신은 사랑을 건강하게 하고 있는가? 일과 사랑과 우정에 집착하지만, 그 일과 사랑과 우정의 끝이 실패로 끝나고 있다면, 당신은 자기애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닐지 한 번 검토해보자. 당신은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했는지 한 번 분석해 보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당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나 혼자만의 휴식이지 모르겠다. 뜨거운 햇볕은 온전히 참아내며 노동하여야 할 우리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뜨거운 한낮의 햇볕에 농부들은 일손을 멈추고, 그늘에서 한 숨 낮잠을 자기도 한다. 혹은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한낮의 태양을 피한다. 그것이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남을 의식하면서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은 극도의 피로감을 줄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휴식에서 내면에서 들리는 욕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다 보면, 타인에게 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소모적인 활동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젊은 시절 보았던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 이라는 미국 영화에 인디언들의 이름이 독특해서 기억에 아직 남아 있다. 여자 주인공은 영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디언이었는데, 주인공과 인디언 부족을 연결해주고, 미국인인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 그 여인의 이름은 ‘주먹 쥐고 일어서’였다. 그 여인이 어린 시절 친구들의 놀림을 극복하기 위해 주먹을 쥐고 일어서는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서 부족의 어른이 지어준 이름이었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디언들의 작명법이 매우 재미있기도 했고, 그러한 이름을 가지고 산다면, 우리들은 참으로 인생의 소용돌이에 힘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신은 인생의 찬 바람을 온통 견디며, 어두운 겨울 들판을 온전히 걸어서 건너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겨울 산행을 했던 때를 간혹 떠올려 본다. 학력고사를 마친 그 겨울 우리반 친구들 7명이 강원도에 놀러 갔을 때였다. 산행은 처음이었던 우리들이 아무 생각 없이, 냉동 만두 한 봉투와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버너와 코펠을 챙겨서 산을 걸어 올라갔었다. 우리들은 통제 구역이라는 팻말을 못보고 지나쳤고, 무심히 올라가다가 눈을 만나게 되었다. 계속 눈은 내렸고, 쌓이는 눈에 가려져 등산로를 확인할 수가 없게 되었었다. 오전 11시쯤 출발한 우리들은 2시 쯤 냉동만두를 끓여 먹었다. 눈을 퍼서 끓일 때의 즐거움이 지금도 생생했다. 눈은 녹으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여러 번 냄비로 눈을 퍼 담아서야 만두가 잠길 정도의 물을 확보할 수가 있었고, 만둣국도 아니고, 터진 만두죽처럼 된 음식을 먹으면서 재미있어 했다. 일곱명의 여자 아이들이 겁에 질린 것은 4시 이후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우리들이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단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우리들은 같은 곳을 뱅뱅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어지고, 점차 힘들어졌었다. 온통 눈이었던 그 산행에서 우리는 앉을 수가 없었다. 앉으면 엉덩이가 젖을 것이고, 젖으면 몸이 얼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무에 기대어 쉬다가 걷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들은 몹시 피곤하였었다. 그 나마 체력이 제일 낫다는 나는 맨 뒤를 책임지기로 하였었다. 맨 뒤에서 따라가며 보는 겨울 눈은 마력이 있었다. 피곤한 다리로 하늘과 설산을 보고 있으면, 악마의 음성이 “여기서 쉬었다 가. 누우면 너무 편안할 거야. 차갑지 않아. 아주 따스할 걸. 눈이 솜이불 같이 생겼잖아. 누워봐.” 라고 말하면서 자꾸 나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진심으로 누워서 쉬고 싶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이러다 죽을 수 있구나하는 것을 그 날 절실하게 이해했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과 보폭을 멀리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산골에 살고 계시던 아젔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우리를 발견하고야 위험한 산행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저씨는 통제구역을 눈이 오는데 왜 들어왔냐고 야단을 쳤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야 왜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산을 내려왔을 때는 완전히 어두웠고, 우리는 정말 추위와 배고픔으로 거지가 따로 없었다. 나는 이 산행을 가끔 떠올린다. 그날 눈의 유혹도 잊을 수 없고, 살면서 왜 사람이 필요한지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날이었다. 우리는 실존적으로 혼자 이 세상에 왔다가, 혼자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내 고통을 함께 할 친구도, 우연히 지나가다 나를 도와 줄 사람도 필요하다. 우리가 항상 남을 도와줄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열심히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사는 인생이 훨씬 좋다. 자기애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도 이것이다. 당신이 자기애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고 있다면,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무심하고, 자신의 진짜 감정에도 무심한 채로 삶을 바꾸어 보기를 바란다. 게다가 자신이 상처가 없고 세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자기애가 보여주는 무심함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준다. 그리고 자기애자들은 외롭게 주변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가 아닌가.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자기애자들이 영원한 주변인이 되고 있는 현실이. 소심하지만 아름다운 그대여. 주먹 쥐고 일어서자. 누구나 상처가 있다. 상처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상처는 있다. 상처는 주먹 쥐고 일어나서 그곳을 벗어나야지만 상처의 치유가 시작된다. 상처가 남아서 과거를 떠올린들 상처 속에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제 일어나자. 그만. <김희수(2017). 중년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중에서 발췌>
2020-10-14조남정 박사 우석대학교 교수 자격검정부위원장 코로나 감염병이 전세계를 강타하여 팬데믹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되기까지는 이 공포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같다. 이제는 코로나사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가 안정되어도 이런 바이러스 출현은 언제든지 존재하며, 생활속에서 예방이 일상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Untact” 즉, 비접촉, 비대면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격리와 거리 두기, 손 위생과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등의 개념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온라인 개학,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의 활성화, 유연근무제, 원격회의 등이 현실화되었다. 반면 비대면이 삶의 일부로 들어오는 과정에 진통도 있다. 대학에서는 등록금반환소송이 진행 중이며, 사업장에서는 비대면 유통업계가 호황을 누린 반면, 소상공인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외부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도 심각하게 양산하고 있다. 익숙한 상황의 분리에서 오는 친숙편향(familiarity bias), 무감염증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회피성향(uncertainty aversion) 등이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그런 상황으로 인해 우울감, 무력감, 외로움, 피로감 등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코로나사태에 상담분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상담학회에서는 전화상담 대국민서비스 진행, 사회적 재난과 심리상담을 주제의 연차학술대회 진행, 온라인 상담의 전문상담사 수련과정으로 인정 등 여러 방안들을 진행하였다. 그러면 상담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첫째, 기본적으로 사회적 방역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속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 등 위생지침을 잘 따를 필요가 있다. 상담 장면이든 슈퍼비전 장면이든 상담 모임이든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 심리적 문제지만 환경적 영향으로부터 안전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담자의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무기력, 피로감, 우울감 등이 자신을 누르기도 한다. 상담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 책읽기, 산책 등 스스로 생산적 일들을 찾고, 긍정적 마인드로 자신을 돌볼 필요도 있다. 건강한 상담자가 내담자도 돌볼 수 있다. 셋째, 상담자로서 따뜻한 마음가짐을 품고 지켜갈 필요가 있다. 세상을 희망과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기이다. 위기상황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마음의 불안이 커져 신체적 거리두기보다 마음의 거리두리기로 소중한 것을 잃어가게 된다. 인간을 향한 기본적인 끌림, 소중히 바라봐 주고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때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소살소살”. 혼불문학관 툇마루 현판의 문구이다. 추운 겨울 꽁꽁 언 계곡에 봄이 오면 얼음 밑으로 재잘재잘 흐르는 물소리를 표현한 최명희 작가의 신조어이다. 겉은 변화조차도 없는 꽁꽁 언 얼음장이지만 그 밑으로 면면히 흐르는 희망 메시지를 듣고 보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혼불정신이다. 이런 태도가 상담자의 정신, 내담자를 향한 상담자의 태도이어야 하지 않을까? 상담자들도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소살소살’처럼 인간 본연의 성품으로 흐르는 내면에 더 깊은 곳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꽁꽁 언 사회관계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진실되게 다가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상담자가 세상을 향한 시선이 아닐까?
2020-09-11이 동 갑¹ 박 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한국상담학회 상담정책위원장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하덕규(시인과 촌장)의 노랫말처럼 코로나 19는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일상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파커 파머(2018)는 “가장자리에 서니 중심이 보인다(On the blink of everything) 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그 동안 감춰져왔던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계절이다. 종교도 학교도 작은 바이러스 앞에 페르조나를 침탈당하였다. 강제로 가면을 벗기움을 당한 것이다. 자동차 시대에 더 좋은 마차를 만들기 위한 지극한 성실함은 비생산적이다. 애초롭기까지 하다. 이제 학교도 상담도 원격으로 대처할 수 있겠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의 본질을 생각할 때 눈 빛과 말 빛, 언어 너머의 감정과 울림까지 카메라가 담아 낼 수는 없다. 파커파머(2012)는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라고 지적하였다. 상담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원격상담은 가능한가? 말 없이 눈을 마주보고 손을 잡아 주여야 할 사람의 곁에 상담자가 서 있을 자리는 어디인가? 대면관계를 전제로 하는 상담에서도 새로운 시대 뉴 노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회에서도 네이버 측의 요청에 호응하여 비대면 상담에 대한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문지식 제공을 넘어 원격상담이나 원격+대면 상담의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상담 서비스가 인공지능과 결합하거나 포노사피엔스에 호응하여 스카트 폰 위에서 새로운 첨단 기술과 접목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가르침의 본질이 정체성과 성실함에 근거한다는 파머의 외침은 상담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상담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고통 받는 비통한 현실 속에서 마음이 부서지는 상담자들에게 다시 “상담을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둠이 익숙해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게 된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발목이 젖으면 곧 온 몸이 젖게 마련. 코로나 19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개인과 가족, 사회와 국가, 지구공동체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재배치하여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실행을 요구한다. 문제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문제를 좀 더 깊이 파고 드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미리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맞이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나 자신과 가족, 직장과 상담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질 시간이다. “상실에 직면하여 어떤 사람들은 더욱 비통함에 빠지고 위축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비심이 커지면서, 어둠과 슬픔의 에너지 안으로 스며드는 통찰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치유하고 타인의 아픔으로 손을 뻗는다”(파커 파머, 2012: 116). “모든 경험은 경험 그 자체가 영향을 끼친 다기 보다는 경험에 대한 해석이 영향을 끼치는 것” 아들러의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외상후 성장으로 한 걸음 성큼 나아가기 위한 상담자의 역할이 필요한 계절이다.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는 외상후성장으로 나갈 것인지 혹은 좌절하여 비통함에 빠져 있을지 대답을 요구받는 백설공주의 거울 앞에 서 있다. 다시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상담할 용기가 필요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이동갑¹ : 상담정책위원장,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20년 1학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교육정책의 심리적 기초”라는 과목을 개설하고 파커 파머의 다양한 저술들을 대학원생들과 Zoom으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파머를 호출하여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은 그가 이 시기에 가장 적절한 조언과 영감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2020-05-26손진희 박사 생애개발상담학회장 선문대학교 교수 근래에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서 골 깊은 갈등의 양상을 자주 본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지역갈등뿐만 아니라 흙 수저·금 수저로 회자되는 계층 갈등,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 간의 세대 갈등, 남녀의 성별 갈등에서부터 국가 간의 갈등까지 다양한 갈등의 이슈가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올 봄에는 정치적 이념에 따른 격렬한 미움의 에너지 파고가 특히 높았다. 사람 사는 사회이니만큼 사람들 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대방이 악의 축이나 되는 것처럼 ‘날’ 것의 적대적 정서를 쏟는 행태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분석심리학자 융의 ‘그림자’ 개념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미움과 분노의 심리를 살펴보며 대안을 찾아본다. 융은 그림자를 ‘우리의 낡은 인격, 인격의 열등한 부분이자 부정적 측면이며 강렬한 저항에 의해서 억압되고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동시에 ‘모든 사람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의 삶에서 자신의 특성을 구현하지 못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라고 하였다. 자신의 특성을 억압하는 사람들은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기 마련이고 수용하지 못한 자신의 특성을 외부에 투사하기 쉽다는 말로 이해된다. 자신의 열등한 측면을 외부에 투사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해 ‘싫은’ 감정을 넘어서 절대 악으로 느끼는 격렬한 감정까지도 갖게 된다. 가끔 이런 그림자는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의 무의식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융 분석가에게 분석을 받을 때의 일이다. 분석 초반에 다양한 모습을 한 여성들이 자주 등장했었다.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아줌마, 어릴 때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던 친구, 일찍 혼자 되셔서 평생 투사로 사신 할머니, 낯모르는 야비한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안보고, 직선적이며, 자신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하고 심지어 목소리까지 컸다. 분석을 진행하면서 이들 여성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을 알게 되었다. ‘품위가 없다, 억척스럽다, 강인하다, 악바리 같다’ 등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조금이라도 큰 소리나 싸움이 일 것 같으면 내 주장을 거둬들이고 손해를 보거나 싸움을 말리는 축이었다. ‘손해 보는 삶이 차라리 낫고 우아한 삶’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꿈에 등장했던 모든 여성들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평생 꾹꾹 누르고 살았던, 그래서 전혀 내 것으로 통합되지 않았던 특성들이 이제는 더 이상 무시를 참지 못하겠다는 냥 나를 봐달라며 아우성을 쳤던 것이다. 그림자는 저항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의식화가 쉽지 않다. 심리적 균형이 무너져 노이로제에 걸리거나 자신답지 않은 낯선 행위를 하고서야 놀라서 만나게 된다. 다행히 나는 그림자가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분석을 받게 되었고, 꿈에서 만났던 여성들의 특성을 내 것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면서 진정으로 이들과 작별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할수록 그림자 투사를 멈추게 된다. 그림자가 의식화될수록 열등함은 교정할 기회를 얻는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평상 시 이유 없이 타인에 대해 어떤 강렬한 느낌이 드는 경우에는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두기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신경을 쓸 일이다. 상대편에 대해 연상되는 특성들을 생각해보고 그 특성들이 나의 열등한 모습은 아닌지 살펴보면서, 내 것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조금씩 연습한다면 나의 전체성 실현이 앞당겨질 것이다. 요즘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갈등이 격화되는 시기에는 더욱더 타인을 향한 투사의 감정을 거둬들여 자세히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 그림자를 통합시키는 과정은 우리가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2020-04-24홍 대 우 박사 한국상담학회 1급 전문상담사 대구동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교육부에서는 전국적으로 180여만 명에 이르는 위기청소년의 지원을 위해 2008년부터 1, 2, 3차 안전망을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 1차 안전망으로서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는 위클래스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고, 2차 안전망으로는 교육지원청마다 위(Wee)상담센터를 구축하고 운영 중이다. 특별히 대구에는 병원위센터를 만들어 정신건강증진에 더욱 힘쓰고 있어 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오고 있다. 3차 안전망으로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위기청소년을 위한 정책으로 1차에서 3차 안전망으로 잘 구축되어있다. 이는 청소년 정책으로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우수한 제도로 인정받는다. 필자는 이 제도의 처음부터 이 업무에 종사하여왔고, 위클래스와 위센터를 구축하여 운영해본 경험과 학생상담지도 이론에 비추어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여기서는 위센터 역할 제고에 대해서만 논하고, 위센터 인력,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 한다. 첫째, 위센터는 단위학교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의뢰한 학생에 대해 솔루션(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위학교 위클래스 상담실은 1차 안전망 역할을 하고, 지역교육청에 설치된 위센터는 2차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1차 안전망인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의뢰한 사례에 대해서 2차 안전망에서는 그에 대해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원스톱(One Stop)으로 지원하여 “아하! 이러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기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일부 위센터에서 여러 가지 행사 준비에 에너지를 빼앗기거나 흥미위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여 운영하다보니, 정작 힘써야 할 내담자의 핵심 문제 파악이나 지원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위클래스에서 심리평가를 의뢰하면 위센터에서는 가능한 빨리 답변해주어야 한다. 단위학교에서는 전문적인 심리평가가 쉽지 않다. 학생 상담활동에 소극적인 학생이나 학부모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심리평가가 필요하지만, 상담 인력이 혼자 근무하는 위클래스에서는 이를 수행하기 어렵다. 1차 안전망에서 내담자의 심리평가를 의뢰하면 2차 안전망인 위센터에서는 적어도 2주 내에 답변을 해주어야한다. 그래야만 2차 안전망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인력(임상심리사) 혼자서 100여개 학교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운영방법을 모르고 하는 얘기이다. 필자는 위클래스를 운영할 때, 학교와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있는 대학교수 및 상담센터와 연계하여 심리평가를 실시해온 경험이 있다. 자녀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학부모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설명하면, 일부 학부모는 “집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부인하거나 소극적으로 응하는 경우가 있다. 카운슬러는 참으로 난감하다. 이럴 때, 외부전문가의 의견과 심리평가 결과를 설명해주면 학부모의 태도가 변하여 카운슬러의 의견을 수긍하고 협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현재 전국에 200여개가 넘는 위센터에서는 2차 안전망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에서는 세계적으로 탁월한 위기청소년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이제 이 시스템이 빛을 발하도록 위센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바란다.
2019-12-13김형수 박사 루터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총무이사 정신분열로 진단된 K는 가물에 콩나듯 상담실에 오는 내담자였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두서없이 얘기하고 훌쩍 가버리곤 했다. 시간을 비워뒀다가도 아무 연락 없이 바람 맞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상담 약속에 한해서는 나에게는 양치기 소년 같은 내담자였다. 상담실에 오는 이유는 상담보다는 오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 몸이 떠있는 느낌이 들고 그것이 좋아서 덕분에 상담실도 온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이 부양감은 K가 지닌 분열증상으로 인한 감각 이상 가운데 몇 안되는 유쾌한 느낌이다. 아마도 굳이 상담실이 아니라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다른 곳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수록 굳이 상담실로 오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다시 상담실로 찾아 온 후 한 동안 꼬박꼬박 상담 약속을 지키고 함께 상담을 함께 하였다. 내가 주로 한 일은 K가 일관성 없이 하는 여러 얘기들 중에서 서로 관련성이 있어 보이고, 현실과 관련된 일들을 찾아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었다. 사고형식이 혼란스럽고 내용 면에서 일반적인 대화와는 달리 두서없는 단서를 따라 말이 이어지기 때문에 중간 중간 얘기를 연관 짓고 넘어가지 않으면 찢어진 신문 읽듯이 내용 연결이 어려웠다. 그래서 상담 중에 ".....이었다는 것은 .... 이라는 얘기지.", "K 생각에는 ...에 관한 얘기가 내가 질문한 ....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한 건가 보구나."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K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했다. 자신이 만화가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고 그래서 불안하다고 얘기하곤 했다. 자신이 보는 세상이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K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이상하고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때문에 만화가 또한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얘기를 하며 지내던 중 상담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실시하였고 몇 가지 지표들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즈음에 K는 다시 상담실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나고 어느 날 다시 K가 한결 훤한 모습으로 상담실에 찾아왔다. 인사를 하려고 찾아왔다고 하였다. 모습이 전과 달리 좋아 보이기도 했고 반가워서 안부를 묻는 중에 갑자기 K가 정색을 하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요즘 제가 이상한게 보여요. "아침에 세수를 하려고 하면 세면대 위에 보거스(만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나타나서 말을 걸어요." 순간 나는 동작이 멈추고 속으로 생각이 스쳤다. "아~ 좋아진게 아니었구나". 그때 K는 크게 웃으면서 "선생님 농담이예요. 제가 요즘 만화학원에 다닙니다. 공부를 시작한지 2달 쯤 됐어요...." K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간 후 혼자 상념이 많았다. 내가 마음속에 늘 경계심이 있어서 내담자의 변화를 진심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진실과 농담을 구분할 수 없었던 그 순간에 내담자가 지닌 삶의 강인성과 상담실에서 함께 보낸 시간을 확신하지 못하는 나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났다.
2019-12-02이재규 박사 공주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대전세종충청상담학회장 최근 OO연쇄살인범 A씨임이 밝혀지면서 몇 명에게 몹쓸 짓을 했는지, 몇 명을 살해했는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받아왔는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상담자로서 나는 “A씨 같은 사람도 상담이 가능한가?”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A씨 같은 사람도 상담을 통해서 변화가 가능한가?”와 “상담자인 내가 A씨를 상담하는 것이 가능한가? 즉, 상담자인 나는 A씨를 상담하고 싶어 하는가?”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A씨 같은 사람도 상담이 가능한가?”의 질문은 결국 상담자가 인간의 행동과 본성을 무엇으로 보고,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는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나는 여기에서 “A씨 같은 사람도 상담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Rogers와 Freud의 견해를 활용하여 나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인간의 행동과 본성에 대한 Rogers와 Freud의 견해 Freud와 Rogers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 사이의 핵심적 공통점이 있다. 바로 “행동만으로는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성을 고려해야 하며, 행동을 일으키는 본성과 행동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아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점이다. A씨, 나 그리고 그대를 포함한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서, 얼핏 보면, Freud와 Rogers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 같다. Freud에서 인간본성에 해당하는 개념은 es(id, 본능)인데, Freud는 그것의 특성을 “충동성, 파괴적, 이기적, 악한”으로 보았다. 반면, Rogers에서 인간본성에 해당하는 것은 self-actualizing tendency(자기실현경향성)인데, Rogers는 그것의 특성을 “사려깊고, 생산적이며, 믿을만한, 착한”으로 보았다. 본성은 타고난 것으로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속성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사람의 견해가 다른 것은 그냥 묵과할 것은 아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말하는 두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둘 다 틀렸거나 둘 다 부분만 보았다는 것을 뜻한다. 왜 Freud와 Rogers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서로 다른 말을 했을까? 인간 본성에 대한 그들의 견해는 둘 다 틀렸거나 둘 다 부분만 보았는가? 아니면, 다른 가능성이 있는가? 두 학자가 같은 것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하는 이유를 찾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학문을 하는 입장이 달랐다는 점이다. Freud는 과학자였기 때문에 인간 행동이나 본성을 연구할 때, 행위자 밖에서 관찰하였다. 인간의 행동이나 본성을 행위자 밖에서 관찰하면, 행동이나 본성의 작용이 행위자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이 아니라 행위자의 대상이 되는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관찰하게 된다. 반면 Rogers는 현상학자였기 때문에 어떤 현상을 안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인간의 행동이나 본성을 연구할 때 행위자 안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행동이나 본성의 작용이 행위자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려고 노력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인간본성에 대해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프로이드와 로저스는 둘 다 틀렸거나 둘 다 부분만 본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각기 다른 관점(위치)에서 인간의 행동과 본성을 관찰하고 잘 정리해서 우리에게 전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젊은 부부가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그들의 어린 아이가 축축한 엉덩이 때문에 앙앙거리고 운다. 앙앙거리고 우는 행동은 아이의 본성에 따른 작용이다. 아이의 행동을 아이 입장에서 보면, 아이는 축축한 엉덩이가 주는 불쾌함을 피하고 뽀송뽀송한 엉덩이를 느끼고 싶어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기실현적 행동이다. 반면, 아이의 행동을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이는 모처럼 부모 자신들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충동적이고,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인 것이다. 극히 순수한 아이가 본성에 따라 우는 행동도 그 행동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순전히 자기를 실현하려는 행동이기도 하고, 타인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A씨, [상담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는 로저스 Rogers에게 “A씨는 상담을 통해 변화가 가능한가요?”라고 묻는다면 그는 아마도 “당연합니다.”라고 답변할 것이다. “어떻게 가능하지요?”라고 다시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답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자아실현실현성이라는 본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A씨가 한 행동은 강간, 살인으로 범주화할 수 있습니다. 강간은 비록 그것이 타인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지만 행위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적 만족이라는 자아실현경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성적 만족을 인격적인 관계를 통해서 만족하는 대신에 강간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충족하려 했던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자아실현경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A씨가 자신의 성적 만족 욕구를 정확하게 지각할 수 있고, 성적 만족을 강간과 같은 위험한 행동이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를 통해서 충족할 수 있음을 자각한다면, 그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살인 역시 해서는 절대 안 되는 행동이지만, 살인을 통해서 도모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인을 하지 않으면 범죄가 드러나서 자유의 박탈, 사회적 비난 등과 처벌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은 결국은 자아실현경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만약 그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성적 만족을 범죄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격적 관계를 통해서 실현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인격적 관계를 맺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에게 다시 한 번의 생이 주어질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의 안전에 치명적인 방해물인 살인행위를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A씨, [상담자로서 당신을 상담하고 싶다]는 프로이드 상담자인 나와 그대는 A씨를 상담하는 것은 가능한가? 이 질문에 어떤 이는 절대 상담하고 싶지 않다고 느낄 것이고 다른 이는 기꺼이 상담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절대 A씨를 상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상담자가 상담자 전체의 90~95% 정도 될 것이고, 기꺼이 상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담자가 5~1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A씨를 상담하고 싶다는 마음은 비정상적이며, 흔한 마음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런데 90~95%와 5~10%의 차이는 무엇일까? A씨를 절대로 상담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진 상담자는, 근본적으로, 상담자 자신과 A씨는 다른 본성을 가지고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즉, A씨는 강간과 살인이라는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고, 자신은 그런 유혹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착한 사람이고, A씨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착한 사람이고 A씨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상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이드의 관찰과 통찰이 틀렸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없으며, 인간은 서로 다르며, 어떤 이는 착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는 나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앞에서도 생각했듯이 매우 정상적인 생각이다. A씨를 기꺼이 상담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상담자는 프로이드의 관찰과 통찰이 타당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옳게 적용한 상담자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의 본성은 결국은 악하다는 프로이드의 통찰이 타당함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르게 적용한 상담자라고 할 수 있다. 강간과 살인을 한 A씨나 그런 것들을 하지 않는 상담자 자신이나 본성적으로 악하며, 악한 행동을 하는 같은 존재임을 자각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읽는 어떤 독자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 강간이나 살인을 한 A씨와 그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같은 본성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어떻게 같이 악한 본성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들은 이런 점들에게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신이 생명체이듯이, 당신이 오늘 아침에 먹는 돼지도 생명체라는 점에서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생명체라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당신과 당신이 먹은 돼지 중에서 어떤 생명체가 더 가치 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맛있는 식사를 하는 자기실현경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같은 생명체의 돼지가 살해당하는 것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지 않았는가? 당신은 맛있는 식사의 쾌락을 누리기 위해서 오늘 아침에 당신이 먹는 돼지가 당신과 같은 생명체라는 것조차 무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제껏 살아오지 않았는가? Freud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고 했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위와 같은 것들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생명을 유지하려는 경향성으로 인하여 타인 혹은 타생명체, 타존재에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음을 본 것이다. 상담전문가칼럼 작성 의뢰를 받고 어떤 소재로 글을 쓸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을 때 A씨가 OO연쇄살인범임이 밝혀지면서, A씨와 같은 범죄자들에 대해 토론을 빙자한 많은 가십거리들이 회자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A씨와 같은 범죄자들에 대한 상담학자의 관점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주제로 칼럼을 쓰고 나서 이것을 상담전문가 칼럼에 기고할 것인지 망설이고 망설였다. 혹시 이글이 A씨와 같은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처럼 읽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분명하게 밝히지만, 필자는 A씨와 같은 범죄자들의 행위를 절대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런 끔찍한 행위를 한 범죄자들조차도 우리 자신들과 같은 본성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독자들 중에서 A씨와 같은 사람들로 인하여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그런 상처의 희생자로 살기보다는 상처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상담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A씨와 같이 끔찍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만나고 상담을 해서, 그들이 자기실현경향성을 실현하도록 돕되, 자기실현경향성을 실현하는 과정이 타인, 타생명체, 타존재에게는 엄청한 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따라서 이 주제에 대해서 한국의 상담자들이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기고하기로 결정했다. 이글에서 밝힌 프로이드와 로저스의 인간본성에 대한 견해는 프로이드와 로저스 자신들의 견해라기보다는 그들의 견해를 필자가 해석한 것임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그들의 견해에 대한 필자의 해석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따져보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 있다. 또한, A씨와 같이 끔찍한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역시 전적으로 독자에게 딸려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2019-11-15우정애 박사 한국상담학회 제주상담학회장 태풍이 연이어 지나간 후 그래도 건재하게 버티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그 나무들의 뿌리는 땅속 깊이 단단하게 얽혀 있어 견고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뿌리도 그리고 인간의 뿌리도 세상의 풍파에 쉽게 흔들지 않도록 견고하면 얼마나 좋을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그 깊이를 가지려면 우리는 얼마나 마음의 기초를 어떻게 닦아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아마 내가 상담을 공부하고 관심을 가진 이유도 나의 약한 마음의 뿌리로 인해서 상처받고 아프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점을 꼽으라면 ‘나’를 돌아보게 된 점을 내세우게 된다. 이는 상담 장면에서 문제해결에 조력하며 터득된 것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살아갈 때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혹은 지니고 있는 많은 것을 놓치고 상대를 힘들게 한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생존을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그 자본은 크게 물질적 자본과 심리적 자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성장과 삶에는 돈이라는 물질적 자본도 필요하지만 물질적 자본만으로는 성장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심리적 자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더 살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심리적 자본의 결핍과 결여로 인해 많은 오류들을 경험하고 있다. 청소년의 이상 행동과 학교폭력, 묻지마 살인, 소시오패스와 싸이코패스 등 기성세대조차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서는 너무도 많은 답이 줄을 서고 있어 더 혼란스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답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의 무엇을 알아야 할까?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가진 기질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녹아있는 무의식과 그리고 살아내는 동안에 형성된 자신의 틀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은 상담자로서 끝없이 지속되어야 할 의무라 생각된다. 이는 상담이론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자기 알아차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만 내담자를 앉고 함께 뒹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관계 문제가 발생 되었을 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무의식, 왜곡된 신념과 관련짓기는 어려웠다. 노력하는 시간이 길어 지다보니 이젠 불편하거나 갈등이 일어날 때 최소한 문제해결에 대한 초점을 맞출 수는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는 것이 곧 해결은 아니었고, 그 다음은 ‘나를 다스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또 노력이 필요했다. 관계 갈등 해결에서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감정이고 이는 부부, 연인, 친구사이 같은 사적 관계는 말할 것 없고 업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갈등을 촉발시킨 사건은 내용 때문이었을 수 있으나 이미 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에서는 내용이 중요하기보다 다루어야 할 모든 것은 오로지 감정뿐인 것이고, 이는 나를 봐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을 상담을 통해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삶에서 가장 잘 선택한 일이 상담공부였고, 상담경험이었음을 자부할 수 있다. 공부로 시작한 상담이 나의 인생 전체 과정에 다 녹아 결국 나를 전문상담사로 이끌었으며 나는 이 선택과 과정에 대한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이 길에서 나를 돌보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과정이 내 삶의 중심에 있고 물적, 심적으로 보상받으며 살고 있으니 탁월한 선택인 셈이다. 아울러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가는 심리적 자본이야말로 상담사인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큰 혜택이라 생각된다. 또 하나, 끝없이 요구되는 자기 알아차림과 내 삶 자체를 주어지는 대로 수용하여 풍요로움을 만끽하기까지 ‘감사’ 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이는 나를 알아야만 얻을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전문상담사들이 더 좋은 상담여건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에도 풍요로울 수 있는 혜택들을 놓치지 않게 되길 바란다.
2019-10-19서경현 박사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한국상담학회 중독상담학회장 창동아이윌센터 운영위원장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마도 중독일 것이다. 중독은 개인의 삶을 아주 피폐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한 가정을 붕괴시키고 사회까지 부패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무언가에 중독되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큰 사고와 강력범죄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중독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노예가 되어 버린 중독자 원래 중독(addiction)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라틴어 addicare이다. 이 라틴어 단어는 무언가에 ‘사로잡히다’ 혹은 ‘노예가 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독되면 그 대상에 완전하게 사로잡혀 노예가 되어 버린다는 뜻이다. 어떤 것에 중독되면 자신의 행동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고 중독된 대상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중독 관련하여 정신건강이나 웰빙(well-being)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간의 심리 내적 요인을 자기주도성이라고 믿고 있다. 대체적으로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십 수 년 전부터 매해 대학에 와서 첫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주도적으로 방학을 보내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공부만 하느라 힘들었던 고교 시절을 보내어 방학 중에 한 달 동안을 방바닥에 누워 드라마만 보겠다고 계획하고 그렇게 했다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산 것이지만, ‘그냥 잘 보내야지!’하고 있다가 방바닥만 끓으며 드라마만 보며 한 달을 보냈다면 인생을 낭비한 것이라고 예를 든다. 어쩌면 같은 한 달을 보낸 것처럼 보이는 두 경우가 개인의 인생에 완전히 다르게 작용하게 된다. 중독자는 절대로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없기에 무서운 것이고,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서 상담자가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중독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도록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독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장 잔인한 가정파괴범, 중독 지금까지 인간이 하는 행동 중에 중독행동만큼 여러 가정을 파괴해 온 것은 없다. 가정파괴범죄란 단순한 강도행각을 넘어 성폭행을 포함한 폭력을 가하여 가정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정을 피폐하게 만들고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정폭력범, 사기범 등도 가정파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범죄들도 중독자들이 범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정에 침입하여 강도짓을 하며 성행동을 하였다는 자체가 성중독자인 것이고, 음주상태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알코올중독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만 중독을 가정파괴범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중독 그 자체가 가정파괴범이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끈질긴 가정파괴범이다. 나는 중독이 한 가정을 완전히 붕괴시킨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예를 들어 한 가정의 가장이 도박중독에 빠지면 빚더미에 앉게 되어 가족들의 생활이 피폐해지고, 자녀는 교육의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며, 가족 간에 불화가 심해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고, 부부 간에 이혼을 하여 자녀가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양육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상담자들은 한 개인의 중독을 한 가정의 심각한 위기로 간주한다. 중독자의 자녀가 갖는 심리적 문제들은 중독된 가정으로부터 독립된 이후에도 계속된다. 심지어 그 부작용은 중독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계속 존재한다. 더 불행한 것은 성장한 중독자의 자녀들은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자신도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독자의 성인자녀 모임이 있을 정도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독된 사람의 가족이 겪는 문제들은 심각할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오래 간다. 그래서 중독은 참 끈질긴 가정파괴범인 것이다. 전문상담사들이 내담자들을 상담하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중독의 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중독이 내담자의 정신적 문제를 야기했을 수 있고, 내담자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독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독자 부모를 두어 내담자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게 되었거나, 부모의 학대가 내담자를 중독자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독이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해결이 쉽지는 않지만 전문상담사는 중독 내담자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 역할은 해야 한다. 전문상담사는 중독의 문제에 관해서 정통해 있어야 하며, 중독의 유발원인을 개인내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서 있는지를 빨리 체크해야 할 것이며, 전문상담사 혼자 접근하기보다는 정신의학적 약물 접근, 사회복지적 환경의 변화 그리고 중독 내담자의 자기주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전문상담자의 역량과 기술이 통합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독 내담자를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은 [나에게 당신의 관심이 필요합니다]라는 신호로 느껴져 슬프다. 좀 더 그들을 동정의 마음 혹은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상담 기술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9-08-14김미례 박사 호남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학교상담학회장 내담자들에게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행복이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느낌으로 다가오는 기쁨과 즐거움이 말을 분석할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우리 모두의 삶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일테니까요. 그러나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계속 던져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사람은 몸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내면에 자리 잡은 마음과 영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가 있고 그것이 우리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입니다. 그러기에 작동하는 순서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몸의 건강은 마음과 영혼과 언제나 함께합니다. 몸ㆍ마음ㆍ영혼은 떼어 놓을 수 없는 하나의 동체인 것입니다. 행복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현상으로 드러나는 물질적 행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내면의 정신적인 행복이 함께 해야 비로소 온전한 행복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물질의 풍요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 정신적 측면에서 공허감을 느끼고 병들게 하여 행복을 갉아먹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자본과 물질이 중요한 사회에서 돈과 물질이 마치 행복의 요소로 인식되어 마음과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물질만 추구하며 사는 삶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근사한 식당에서 같이 밥 먹을 가족과 친구가 없다면, 근사한 유럽여행을 동반한 파트너가 없다면 정말 행복한 식사와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요. 맛있는 음식과 여행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물질이지만 그 물질이 행복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돈을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여행을 할 수 있어 행복한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회는 마음과 영혼보다는 물질에 집착하고, 잘못된 마음과 영혼으로 관계의 오류를 많이 만들어 내는 상황 속에서 긴박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상담인들이 해야 할 사명과 소명의식은 분명합니다. 몸ㆍ마음ㆍ영혼의 불균형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의미와 가치를 찾고 몸ㆍ마음ㆍ영혼의 건강성을 회복하여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상담인 모두가 자신의 몸ㆍ마음ㆍ영혼이 행복한가를 지금-여기의 시점에서 통찰해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의 식ㆍ의ㆍ주 생활이 바른가를 먼저 살펴보고, 마음과 영혼이 깨끗한가에 대해 관조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조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너무 바빠 밥 먹는 것조차 잃어버린 당신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일단 밥을 먼저 먹어야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일상생활의 기본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를 들여다보고, 부족한 것은 채우면서 마음과 영혼이 건강해질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부터 저의 몸ㆍ마음ㆍ영혼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상담인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2019-07-30최정헌 박사 KC대학교 평생교육원장 한국상담학회 통일상담연구위원장 "전액무료", "지원", "무료수강", 최근 이런 문구들이 익숙하다. 원격으로 진행되는 평생교육원들이 상담심리 관련 교육들을 전액무료로 지원한다는 내용들이다. 연발 이어지는 설명은 이렇게 취득하는 자격증으로 취업을 할 수 있고 심리 관련 바우처 사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짜 교육이 심리상담 영역에도 확대되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 교육이 갈수록 많아지는 가운데 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바닥으로 치닫고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한 가지 사건은 최근 '가짜' 상담사가 찾아온 내담자를 성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여 배포한 사건이 터졌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한 국회의원이 심리상담소 개설·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의 취지는 현재 심리상담소는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든지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소 개설·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과자 상담소 근무 및 개설금지, 범죄 발생 시 폐쇄, 법에 따르지 않은 상담소 명칭사용 금지 등이 골자이다. 이 두 이야기는 우리시대에 상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무료로 상담심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심리상담소를 안전지대로 만들고자 한 취지가 반영된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상의 본질을 잘 들여다보면, 바람직한 데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심리상담 자격증을 너무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규제중심의 상담소 관련 법안이 상담사 법안 보다 먼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상담심리 작업은 인간의 마음을 미시적으로 조력하는 활동이다. 단순히 몇 차례 무료교육을 받아서 될 일이 아니다. 생활상담 같은 가벼운 문제라할지라도 심리적으로 연결해서 내담자를 도울 수 있어야 심리전문가이다. 이러한 작업은 잘 짜여진 훈련과정과 고도의 숙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게다가 교육이나 상담의 효과가 있으려면 수요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효과가 있다.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와 동기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상담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참여자의 비자발성 때문이다. 상담소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것, 안전한 심리지원 체계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상담소 설치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상담학과 심리학계에서는 상담사법, 상담진흥법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많은 국회의원들이 처음에는 시도했다가 이유 모르는 이유로 중단된 사례들이 반복되어 왔다.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사 관련법은 있는데 유일하게 아직 상담사법이 없다. 그런데 상담소 관련법이 먼저? 그것도 규제를 중심으로?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거꾸로 접근이다. 사람중심으로 세우는 법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K방송사 '추적60분'까지 이 문제를 다루었다. 국민성인가? 우리나라 방송사와 국회의원들은 꼭 문제가 생겼을 때만 나선다. 그리고 너무 빨리 어떤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미리 대비해야 할 것과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을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젠 더 이상 빨리 오는 보상에 눈멀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태도에 귀먹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 간다. 예방이 절실하다. 상담사법 제정은 시민 안전과 국가 안전을 담보하는 예방작업이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은 대가를 지불할 때, 효과가 있다. 빠른 결과를 내는 것보다 그 과정에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할 때 변화와 성장은 우리 모두의 선물이 될 것이다.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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